처음 가본 전남 담양: 죽녹원과 메타세콰이어 숲길

지난 20일 다섯 번째 '2012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을 다녀왔다. 전남 담양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거닐었다. 아, 관방제림은 제외! 태어나서 처음으로 담양 땅을 밟은 뜻깊은 날이었다. 여행의 '여'자도 몰랐던 내가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 일을 맡고 나서 이렇게 됐다.

오전 9시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출발했는데, 11시 30분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일단 먹고보자. 담양의 명물이라는 '국수거리'에 있는 한 식당에서 국수와 갖은 약재와 함께 달여 삶은 달걀, 파전 그리고 동동주와 막걸리를 마셨다. 나는 비빔국수를 먹었는데, 곱빼기 분량으로 나왔다.

담양천을 건너 죽녹원으로 향했다. 죽녹원은 담양군이 2003년 동네 동산 하나를 통째로 대나무숲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입장료는 2000원.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내외가 걸었다는 길 등 여러 길을 1시간 남짓 걸었다. 만만한 길은 아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다. 반주 삼아 마셨던 막걸리가 속에서 서서히 발효되기 시작했다. 쫌 어지러웠다. 그나마 쭉쭉 뻗은 대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줘서 살만 했다.

썰렁할까 봐 갔다 놓았나. 판다 모형물이 입구와 길가 몇 곳에 있었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좀 어설퍼 보였다. 그래도 애교로 봐 주자 싶었다. 대나무와 생존경쟁을 하느라 그런지 이름 모를 다른 나무들도 계속 위쪽으로만 뻗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죽녹원을 빠져나와 담양천 자전거 도로를 걸었다. 그냥 걸으면 관방제림이 나오겠니 하고 걸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사람들이 안 나타났다. 집 잃은 떠돌이 개, 서 너마리와 마주쳤다. 어르릉 소리가 장난 아니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클났다!' 조심조심, 개들을 피했다. 평상에서 '그림놀이'(=화투)를 하고 계시던 어르신들에게 메타세콰이어 숲길로 가는 길을 물었다.

"아이고, 반대쪽으로 왔뿌렸네이~저쪽으로 4~5㎞ 가야 되는디. 오토바이로 태워주까?" 출발시각인 오후 3시는 다가오고 있는데…. 천만다행으로 지나가는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휴~우.

메타세콰이어 숲길 입구에서 일행들과 표를 끊고 들어갔다. 입장료는 1000원. 창원에서 볼 수 있는 메타세콰이어 보다는 훨씬 크고 웅장했다. 수령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심은 지 40년이 넘었다고 한다.

나무 그늘 밑에서 일행이 사준 대나무 향이 나는 얼음이 든 물을 마시며, 한 숨 돌렸다. 다시 숲길을 1㎞ 남짓 걸었다. 처음 걷는 숲길이라 그런 지 모든 게 신기해 보였다. 이런 곳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담양 군민들은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숲길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었는데, 서로 팔 베개를 한 채로 누워 있는 연인들이 목격됐다. '이것들은 덥지도 않나? 아이고 참말로 좋을 때구먼'이라고 속으로 시부렁 거렸다.

숲길에서도 혼선이 생겨서 조금 헤매다가 오후 3시 20분쯤 숲길 입구에서 버스를 탔다.

앞에 갔던 기행보다 시간에 많이 쫓긴 탓인지 느긋한 맛은 없었다. 1박 2일이었으면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훤주 선배 말마따나 "3시간 놀려고 5시간을 도로에 버리는 기행"이었다. 이번 여름은 그렇고, 다음 여름에는 숲으로 쫙 이어지는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콰이어 숲길을 제대로 한 번 걸어 볼란다. 가능하다면 여자친구랑 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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