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 열전]②실비단안개 "고스톱 치다가 인터넷 배워"

조금은 엉뚱하지만, 파워블로거 '실비단안개'(사진·김정숙·54·창원시 진해구)가 블로그 세계로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한 온라인 게임 '고스톱'이다. 이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했고, 온라인 게임업체와 고객을 이어주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꼼꼼하면서 배려를 잘하는 스타일이라 전국 최우수 컨설턴트로 뽑히기도 했는데, 그때가 2004년 6월이었다. 지난 2월 10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에서 그를 만났다.

"2005년 9월 23일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그땐 블로그가 무엇인지도 몰랐죠. '트랙백'을 검색할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목포에 사는 한 30대 친구가 도와달라는 거예요. 사진작가 사진 2장을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퍼갔는데, 해당 작가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합의금으로 장당 150만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겁니다. 어린 주부가 얼마나 놀랐을까. 어떻게 도와줄까? 물으니 사진저작권토론방(현 아름다운 사진 나눔방) 카페가 있으니 회원으로 가입해서 댓글로나마 힘을 달라고 했어요. 누가 부탁을 하면 그냥 잘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게 됐죠. 그러다 부산에 있는 한 교사로부터 블로그라는 게 있는데, 한 번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거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인터넷 세상에서는 고스톱 재미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인터넷 세계 다른 한편에서 저작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단다. 댓글로는 성이 차지 않았고, 뭔가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 내가 사진을 찍는 거야. 그리고 상업적인 목적 외에는 무한공유로 하는 거야. 100장을 찍으면 한 장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겠어.'

고스톱으로 시작한 인터넷 덕에 다른 세상 만나

큰딸에게 사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나와 동네 여기저기 피어난 꽃부터 찍기 시작했다. 접사(근접촬영)도 할 줄 모를 때였건만, 앞뒤 안 재어보고 그냥 뛰어드는 성격이 몸을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시작한 활동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면서 어느덧, 2330일을 넘어섰다. 게시글 2227개, 댓글 3만 9762개, 엮인글 242개, 방문자는 912만 명에 이르렀다.

실비단안개는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식물에서 풍경으로, 이는 다시 고향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졌다. 블로그 명칭이 '고향의 봄'인 까닭이다. 블로그를 시작하고서 한 달이 되지 않아 김달진 문학관이 문을 열었는데, '진해=벚꽃'밖에 모르는 이들을 위해 문학관을 무시로 드나들며 김달진 시인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실비단안개. 이름이 참 정겹다. 어떤 뜻일까.

"실비단안개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보다 약하며 안개보다는 굵은, '는개'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나무 숲이 있는 산골이니 보통의 안개보다는 분명히 짙게 보일 테니까요. 몸이 촉촉해지며 사방이 신비롭고, 부드러운, 모든 것을 감쌀 수 있고, 조용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실비단안개. 나태주의 <대숲 아래서>를 읽었는데,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블로그 활동은 그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블로그와 함께 자란다고 할까요.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졌죠. 블로그를 하기 전에는 그냥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살림만 살았거든요. 비정규직 문제, 민주노총 같은 거 잘 몰랐거든요. 어느 해인지는 모르겠지만, 성탄절은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누려야 하는 축제같은 날이잖아요. '크리스마스가 뭐당가'라는 제목의 어느 블로거 글을 읽고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고달픔을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블로그를 하면 할수록 내 가족뿐만 아니라 내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두게 됩니다. 이게 가장 큰 변화이지 싶습니다. 여느 주부처럼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우리 집은 아침에 꼭 국이 있어야 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면 뉴스읽기, 이웃 블로거 방문, 특별한 댓글 주인 확인 등 하루 2시간 많을 때는 5시간 가까이 블로그 관리와 글 작성으로 시간 보냅니다."

블로그 운영 노하우는 '공유'

7년 가까이 꾸준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블로그 운영과 관련해 노하우가 있으면 일러 달라고 했더니, 특별한 건 없다고 했다. 다만, 블로그 활동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강조했다.


"조금은 김이 빠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특별히 블로그를 잘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내 것으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블로그를 통해 뭐든지 나누겠다는 '공유 정신'이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그리고 노하우까지는 아니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오는 블로거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둘러볼 수 있도록 광고를 과다하게 하는 블로거들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실비단안개는 지난해 초 뇌경색 진단과 손목과 갈비뼈를 심하게 다쳐 활동이 많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갱상도 블로그 공동체 카페지기(http://cafe.daum.net/GBC119)도 맡았다. 시간과 몸이 허락하는 한 블로거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한 같이 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딱히 꿈같은 건 없어요. 대신 포스팅을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습니다. 저를 불러 주는 곳이 있으면 여건이 되는 대로 적극 참여할 것이고요. 앞으로 순수 블로거로서 처음처럼 나누고, 공유하고, 이웃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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