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산업의 건강지수가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역신문은 약 70%가 부실 또는 위험등급을 받아 더욱 상황이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구노력과 정부·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문업계, 경영체질 강화 절실 = 미디어경영연구소(소장 주은수)가 1999~2007년까지 9년 동안 기업공시 신문사(전국단위일간지, 지역신문, 경제지, 스포츠신문 등 30개)의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분석(알트만 부실지수 모형)한 결과를 보면 우량(1등급)은 1.8개사(6.1%), 보통(2등급)은 2.6개사(8.8%)에 그쳤지만 부실(3등급)은 12.3개사(41.9%), 위험(4등급)은 12.7개사(43.2%)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85.1%가 '부실' 내지 '위험' 판정을 받은 것.
2007년 한 해만 살펴봐도 우량(1등급) 2개사, 보통(2등급) 6개사, 부실(3등급) 11개사, 위험(4등급) 11개사로 신문경영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신문은 보통(2등급) 4개사, 부실(3등급) 3개사, 위험(4등급) 6개사로 다른 종별보다 상황이 더 나빴다.
미디어경영연구소는 이번 분석결과에 대해 "한국의 신문경영이 기업경영 차원에서 보자면 '계속기업'으로서의 의미와 시장에 대한 건전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이번 평가를 다른 산업에 적용하면 바로 '부실기업'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또 "언론산업에 대한 비정상적인 거품이 대부분 사라지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뉴미디어의 매체 다양성을 통해 언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졌다"며 "신문은 더는 '언론기관'이 아닌 '신문기업'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전망과 관련해 주은수 소장은 "고공행진하는 기름값, 신문용지값 상승 등 신문제작과 관련한 전반적인 비용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지역신문을 비롯한 모든 업계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낼 것 같다. 부실 신문사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조사대상 지역신문은 경남신문, 국제신문, 부산일보 등 13개사인데, 연구소 쪽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자 해당 신문사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지원 필요 = 전문가들은 지역신문이 매체 다양성, 여론 다양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지역 내 정책 결정자와 지역민 간의 주요 소통의 매개체이기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종대 교수(동의대 신문방송학과)는 "이명박 정부는 언론 관련 정책을 모조리 시장에 맡기려고 한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없애겠다고 했다.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시장이 무조건 선(善)인가. 설사 시장에 맡기더라도 시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끔 최소한의 여건은 만들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역신문에 광고나 공고를 집행할 때 엄정하고 공정하게만 해도 지역신문 시장 정상화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은수 소장도 "적어도 정부가 신문시장과 관련한 불공정거래나 정상적인 판매구조를 헝클어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석 교수(경남대 신문방송학전공)는 "지역공동배달망을 실질적으로 정착시켜 과다한 유통비용 줄여야 한다"고 짚었다.
◇해볼 만한 시도 = 그렇다고 제도적인 지원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법. 신문사 내부의 적극적인 자구노력이 뒤따라야 바깥의 지원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문종대 교수는 시민기자와 '블로그'를 하나의 대안으로 꼽으면서 해당 기자들이 만나는 다양하고 넓은 인적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볼 것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영역별로 전문성이 높은 사람을 시민기자로 확보해 이들이 생산하는 기사를 지면에 잘 배치하고, 인터넷에서 유통한다면 정보와 편집 차별화는 물론 신문사의 조직규모와 유지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전문인력과 정보를 통해 내부 유지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자들이 만난 사람들의 명함을 신문사 차원에서 잘 관리해보라. 간단한 문자나 이메일 서비스를 통해 그들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독자 늘리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남석 교수는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지역시민들은 아직 지역신문의 맛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역신문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면서 "튼튼한 기본 품질(기사의 정확도, 완성도, 공정성)을 바탕으로 '맛'을 찾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맛'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사람'을 강조했다. "연예신문이라는 혹평을 들을 각오하고 지역의 인물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시장통 아줌마부터 정치인까지 가리지 말고."
비슷한 보기로는 오스트리아에 베랄베르거 메디엔하우스라는 신문이 있었다. 이 신문은 지난 2006년 6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59차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에서 지역 신문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랄베르거가 독자들의 욕구를 세밀하게 분석했는데, 지역 독자들은 정치·경제·사회적 이슈보다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단다.
이에 따라 지역 사람들의 결혼과 출산 소식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취재 권역에 있는 지역 주민 수가 35만 명인데, 10만 명이 신문에 등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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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트만 부실지수 모형미국 뉴욕대 교수인 에드워드 알트만이 기업경영 부실예측 분석을 위해 개발한 이 모형은 기업의 평가등급을 4단계, 즉 △1등급은 우량기업 △2등급은 보통기업 △3등급은 부실기업 △4등급은 위험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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