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서둘 게 따로 있지

   
 
1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언론관계법 처리를 '이른 시간 내에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2월 임시국회 들어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합의처리 노력'이라는 잉크가 마른 지 얼마나 됐다고, 한나라당은 "언론 관련법 처리를 2월 안에 마무리짓겠다"는 자세다. '미디어법은 우리의 일자리'라면서 미디어법 개정을 몰아붙이려는 중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 등 야당과 언론노동자, 시민사회는 '국민과 합의처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범국민 여론 수렴과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공적 논의기구 구성과 국민 토론회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정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나는 한나라당이 왜 언론관계법을 이렇게 서둘러 처리하려고 하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며칠 전 창원대서 열린 '미디어법 개정이 지역 언론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토론회에서 김창룡 교수(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도 "정부 여당이 이해당사자인 언론종사자는 물론 언론소비자, 언론학자들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관계법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물론 세상 살다 보면 서둘러야 하는 일도 분명히 있다. 당장 오늘내일 하는 환자에게 '1년만 참아라, 좋은 약이 나올 것'이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다름 없다. 그렇지만, 언론관계법이 무슨 하루아침에 '빵 굽듯이' 서둘러 처리할 대상인가 말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관계법 개정은 언론의 다양성, 민주적 여론 형성 등 민주주의 틀을 바꾸는 문제다. 법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법이 한 번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이 자기 맘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공당이라면 '국민과의 대화'가 되었든, 사회적 논의기구가 되었든 당당하게 언론관계법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법 개정의 정당성이 확보된다. '권불 5년'이라 했다.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이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일은 언론관계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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