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역사체험프로그램

1994년, 그러니까 중3 겨울 방학 때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고, 집구석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옆에서 마늘을 까고 있던 큰누나가 마산에 있는 '청소년의 전화'를 소개해 줬다. 가보니 또래 대여섯 명이 있었다. 겨울 방학 내내 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기타도 배우고, 가끔 시사토론도 했으며,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때 처음으로 지금 합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계시는 서정홍 선생님도 만났다.

당시 방학이 끝날 무렵이었지 싶다. '청소년의 전화' 친구들과 다른 곳에 있는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 몇 분과 '역사기행'을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거창민간인 학살지를 둘러보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어린이와 노인 할 것 없이 수백 명의 민간인이 국군의 총에 살해됐다는 선생님의 설명에 큰 충격을 받았다.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군대가 국민을 총으로 쏴 죽이다니….' 역사기행은 아마도 나의 세계관(世界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일이지 싶다.

경남도민일보가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고 만든 법인인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에서 역사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지역을 두루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낄 예정이다. 자연의 소중함과 겸손함을 배우고 누리고자 한다. 또 아이들끼리 '모둠'을 만들게 해서 서로 배려하고 챙기는 공동체의 의미를 알게 하는 일도 할 것이다. 다니면서 함께 했던 친구 이야기, 새롭게 알게 된 역사 이야기, 음식 이야기, 자연 이야기, 보고 느꼈던 이야기들을 작은 기록으로 묶어보고자 한다.

프로그램 준비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 엊그제 만났던 한 분은 "요즘 아이들 성적은 사회탐구 영역에서 갈린다. 국·영·수 같은 이른바 메인 과목은 과외다, 학원이다 해서 거의 평준화되고 있다"고 했다. 역사체험프로그램은 사회탐구 영역 학습 도구로, '교실 밖 여행'을 통한 아이들 인성 교육용으로도 좋지 싶다. 초등 4학년~중2 자녀를 둔 부모님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란다. 문의 010-2926-3543, pol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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